주말이랍시고 공부, 공부를 했습니다.
일단 종목을 쭈욱 둘러보죠.
이래저래 종목을 압축했더니 한 세 가지 정도 종목으로 좁혀집니다.
월요일 장이 열리고 숫자들이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.
마음 같아선 세 종목을 모두 매수하고 싶지만,
씨드가 없으니 한 종목을 사기로 해요.
조금씩 사다 보면 상승세에도 탄력을 못 받으니
일단 고.
셋 중 하나, 선택.
매수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.
잔고 창을 지켜보기 시작합니다.
어, 오르기 시작합니다. 역시,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.
잔고를 물들인 붉은색에 살짝 설레기 시작합니다.
근데, 이내 상승을 멈추고 움직임이 보이지 않죠.
무슨 일이지?
그때, 호가창에 던지는 물량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.
이쉐끼들아 그만 던져!!!!!
방금 전 예상 실현수익이 꼴랑 몇 백 원이었는데
단숨에 마이너스 몇 천 원을 찍었어요,
이걸 어쩌지...
그때, 그간 보아왔던 다른 종목이 부릉부릉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.
고민이 시작되죠. 아씨... 이거 날아갈 것 같은데...
몇 천 원 손해는 지금 이거 날아가면 메꿔질 거야.
두 눈을 질끈 감고
매도주문이 채결되었습니다.
그렇게 갈아탔는데...
이번 건 자비 없이 사자마자 떨어지기 시작합니다.
심장이 벌렁벌렁
어쩌지 나와야 하나. 기다리면 오를까.
어쩌지? 어쩌지?
아, 몰라. 일단 빼자.
매도주문이 채결되었습니다.
다행이다 매도 즉시 하방으로 막 떨어지는 차트를 보고 있자니 조금 안도가 밀려옵니다.
역시, 판단은 빨라야 해.
이젠... 어쩌지 어쩌지....
그래. 이번엔 길게 보는 거야.
이제 안 빼. 절대 안 빼.
마지막으로 봐 둔. 오늘 움직임이 없었던 그 종목!
매수주문이 채결되었습니다.
띠링띠링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합니다.
첫 번째 종목 Vi 소식에 게시판이 들썩들썩
내 입에서 나오는 쌍욕을 듣자니 기분이 묘하군요.
대체 오늘 뭘 한 건가 싶습니다.
전 6개월 차 주린이 입니다.
씨드? 없죠. 없어요. 없어.
그나마 시작했던 시드 중 1/3이 날아갔습니다.
대상승장? 그건 어느 나라 얘깁니까?
나만 빼고 다 날아갑니다.
한 번쯤은 나도 껴줄 만도 한데...
와... 이 나이를 먹어 주식시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느낌입니다.
그렇다고 뭔 잡주를 샀냐고요?
No,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.
이젠 눙물도 안 나오네요.
긴 시간 주식을 해온 사람은 아니지만
하나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.
주식은 기다림.
지금 내가 가진 1000원이 내일 1100원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.
누가 뭘 샀더니 30% 상승했다더라
누가 뭘 샀더니 50% 상승했다더라
내 잔고는 파란데 왜 다들 상승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.
상승해야 하는데!!! 하는 강한 초조함은 당장 오르지 않는 10원에 집착하게 하고
떨어지는 10원에 심장을 끌어내립니다.
호가창에선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죠.
그렇게 호가창에 눈이 묶이면,
상승하는 날은 기뻐 날뛰고,
하락하는 날은 심장이 아픕니다.
이게 계속되면 우울증이 옵니다.
정상적으로 살 수가 없어요. 절대.
허공에 대고 복창합니다.
주식은~ 기다림이다!!!
사실, 이 시장은 씨드가 작은 사람들에게 불리한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.
씨드가 작으면 분산이 어렵고, 분산이 어려우면 기다리기가 힘들죠.
‘기회비용’이란 말로 토끼처럼 10원 20원에 100원 200원에 뛰어다니게 됩니다.
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.
씨드가 많은 사람들이 유리한 이유는 하나입니다.
그 씨드를 분산해 놓으면 되기 때문이죠.
이게 떨어지면 저게 오를 것이고,
기다리면 오릅니다.
당장 주식에 넣어둔 씨드가 나의 생을 위협하지 않으니 기다릴 수 있죠.
(물론 아닌 경우도 있죠. 몰빵이 그래서 위험한 듯해요)
작전주나 재무제표 개 엉망인 주식을 찾아서 사지 않는 한
시간이 결국 돈을 벌어줍니다.
물론 많이 벌어준다는 것은 장담 못해요.
많이 벌어주는 쪽으로 투자하는 것이 실력이겠죠.
이 시장에 몇 달 안 있어 봤지만 금방 몇만 원을 먹고 나오는 것이 아닌
‘길게’ 기다리는 사람이 ‘크게’ 먹는구나... 하는 생각이 듭니다.
망했다는 생각에 버리고 나온 주식들 다들 제자리를 찾았어요.
내 주식이 안 오른 것보다 그것들이 제자리를 찾는 게 더 열 받기도 합니다.
아, 결심했어. 그래. 나도 크게 먹어보자!!
아차차.
난 이미 바닥 뚫고 들어가는 종목들만 가지고 있지 참!
오늘도 다짐합니다.
이거 물려있는 거만 다 빼면, 나 진짜 우량주에 넣어두고 장투 할 거야.
그리고 MTS 지워버릴 거야.
그것도 일단, 물려있는 것부터 나와야 해결이 됩니다.
어렵네요.
길게 기다리는 것도 그 ‘맛’을 보고 ‘경험’을 해봐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.
나도 못 기다리면서 기다리라고 말하는 게 어불성설이지만
뭐, 성공한 사람만 조언하는 건 아니잖아요.
찐 조언은 실패한 이의 조언이라고 하니까요.
오늘 장도 모두 수고하셨어요.
나의 사이버머니가 내일은 하나라도 붉게 물들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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